눈오리 집게/엄동설한을 녹이는 따뜻한 재미

 

설상가상(雪上加霜)

 

눈 위에 서리가 내린다는 뜻으로 환난이 거듭됨을 의미한다.

 

요즘 날씨를 보면 이 한자성어와 딱 맞아떨어진다.

 

14cm의 폭설로 출퇴근 시간 교통이 마비되다시피 하더니, 이튿날은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20 년만의 최강 한파라고 한다.

 

교통량이 많은 큰 도로는 제설 작업을 하거나 녹아서 통행에 큰 어려움이 없지만, 이면 도로나 아파트 단지 내는 쌓인 눈 위로 차량이 지나다니니 눈이 다 얼어붙어 빙판이 되었다.

 

폭설에 한파까지 몰려오니 말 그대로 엎친 데 덮친 격이요, 설상가상이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가뜩이나 어깨를 못 펴고 너나 할 것 없이  움츠러들었는데 날씨까지 이렇게 매몰찰 수가 없다.

 

평소보다 난방을 강하게 했는데도 바깥 기온이 워낙 낮아 집안이 썰렁하니 몸이 자꾸 움츠러들었다.

 

뜨끈한 국물 요리 생각이 간절해서 저녁에 보리새우를 넣은 털레기를 먹었더니 속이 뜨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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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겨울이면 내 몸의 일부처럼 끼고 사는 보온 물주머니를 끌어안고 있으니 소박하지만 이게 행복이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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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엄동설한을 나는 방법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소소한 재미를 찾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오랜만에 함박눈이 내린 후, 눈 오리나 눈산타를 만들 수 있는 플라스틱 집게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작년부터 인터넷 상에 눈오리 사진이 올라오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하더니, BTS의 RM과 마마무의 휘인이 SNS에 집게로 만든 눈오리 사진을 올리면서 눈오리 집게의 인기가 폭발한 모양이다.

 

온라인 쇼핑몰마다 눈오리 집게나 눈사람 집게가 거의 다 품절이어서 지금 주문해도 짧게는 한 주, 길게는 3주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참에 나도 하나 사 볼까 하고 찾아봤는데, 배송받기까지 너무 오래 걸려서 포기했다.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이 집게를 들고나가 곳곳에 눈 오리나 눈 산타를 만들고 SNS에 사진을 올리면서, 눈 오리는 하룻밤 사이에 스타가 되었다.

 

호모 루덴스(homo ludens:유희인)를 인간의 본질적 특징으로 파악한 후이징가(Johan Huizinga)의 견해가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들 조수아에게 수용소 생활이 단체게임이며 1,000점을 먼저 따는 우승자에게 진짜 탱크를 준다고 설명했던 영화 <인생은 즐거워>의 귀도도 떠올랐다.

 

처한 현실이 냉혹할수록 거기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유머와 재미, 감동이 필요한 법인데, 설상가상의 현실에서 누군가가 빚어놓은 앙증맞은 눈 오리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고맙기까지 하다.

 

일약 스타가 된 눈 오리를 여러 방송사에서 뉴스로 다루면서 유명세를 더했다.

 

 

<출처:JTBC 뉴스 화면 캡처>

 

 

 

 

 

 

뉴스를 보니 기자가 직접 집게를 이용해 눈오리를 만들고, 손님 없는 카페를 지키던 주인이 누군가 카페 앞에 만들어 둔 눈오리를 뜻밖의 선물이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만드는 사람은 물론이고, 이 앙증맞은 오리가 줄지어 늘어선 것을 보는 사람도 즐거워지는 효과 만점의 놀이가 분명해 보인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이런 소소한 즐거움을 찾고 즐기는 여유가 어느 때보다 소중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