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면 입이 즐거워지고 마음이 흡족해지는 힐링 먹거리가 누구에게나 한두 가지는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고구마가 그런 먹거리이다.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란 내게 달콤한 고구마는 지금까지도 맛있는 간식이자 추억 그 자체이다.
고구마 줄기 껍질을 까서 볶아 들깨가루를 솔솔 뿌린 고구마 줄기 볶음은 밥도둑이다.
고구마를 굽거나 찌기, 말리기나 맛탕을 만들어서 먹기도 하고, 닭갈비나 카레라이스 같은 요리의 재료로도 즐겨 사용한다.
2020/10/27 - 고구마 맛탕 만드는 법 / 라면 끓이기만큼 쉽게~
이런 고구마 덕후인 내가 최근에서야 알게 된 것이 에어프라이어에 저온으로 고구마를 굽는 것이다.
저온으로 구운 고구마가 더 달고 쫄깃하다는 소문을 듣자마자 바로 시도해 보았다.
먼저, 고구마를 씻어 에어프라이어에 넣는다.
이때 유산지나 종이 포일을 까는 것은 비추이다.
고구마 밑에 이런 것을 깔면 에어프라이어 내 공기 순환이 잘 안 되고 막혀서 아래쪽으로 향한 부분의 고구마 익는 시간이 훨씬 더 길어지기 때문이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에어프라이어는 버튼식인데 최저 온도가 80도로 설정되어 있어서, 80도에 맞추어 20분을 돌린 후 고구마를 뒤집어 다시 20분을 돌렸다.
그다음에는 170도로 온도를 올려서 10분, 뒤집어서 10분을 더 돌렸다.
고구마 굵기에 따라 익는 시간이 다르므로 젓가락으로 찔러 봤을 때 잘 들어갈 때까지 익히면 된다.
고온에서 일반적인 방법으로 구웠을 때와 어떻게 다를지 기대하며 고구마를 꺼내었다.
군고구마 껍질을 벗기면서부터 고온으로 구웠을 때와의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처음부터 고온으로 구우면 열을 많이 받는 껍질 부분은 타서 잘 안 벗겨지거나 벗겨지더라도 탄 부분이 두껍게 떨어져 나가는데, 이렇게 저온으로 구우니 껍질이 부드럽게 잘 벗겨졌다.
저온에서 구울 때, 껍질은 그대로 있지만 고구마 속의 수분이 날아가면서 수축되어 나중에 고온으로 굽더라도 껍질이 분리가 잘 되는 원리인 것 같다.
껍질이 어찌나 술술 잘 까지는지 한 번도 안 끊어지게 깔 수도 있었다.
이렇게 구운 고구마는 속이 더 촉촉하고 쫄깃해서 정말 맛있다.
시간은 좀 오래 걸리지만(무려 한 시간)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알림음 날 때마다 뒤집어 주기만 하면 되니 그 정도의 수고와 시간은 기꺼이 투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탁월한 맛이었다.
아무리 맛있어도 군고구마 한 번 먹겠다고 한 시간동안이나 몇 번을 뒤집어 가며 굽는 건 안 먹고 말지 못 하겠다는 분들을 위한 초간단 방법도 소개한다.
고구마를 넣고 160도의 온도에 20분 돌린 후 고구마를 뒤집어 다시 20분 돌려도 거의 비슷한 식감과 맛을 느낄 수 있다.
어렸을 때 장작불에 고구마를 구우려면 아주 숙련된 기술이 필요했다.
알루미늄 포일이 없었기에 날고구마를 넣고 순전히 경험과 감만으로 불 조절을 하고 꺼낼 때를 맞추어야 했다.
불이 너무 세면 겉은 타고 속은 안 익기 일쑤였고 그렇다고 불이 너무 약하면 아예 익지를 않으니, 고구마를 적당히 잘 구우려면 숙련된 기술에 그날의 장작불 상태, 거기다 약간의 운까지 따라 주어야 하는 꽤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게 쉽지 않아서일까, 더 맛있는 군고구마는 어쩌다 한 번씩 먹을 수 있었고 찐 고구마를 주로 먹었다.
대학 다닐 때는 비 오는 날 따뜻한 방에 배 깔고 엎드려 찐 고구마에 믹스커피를 곁들여 마시면 세상 부러울 것 없이 행복했었다.
아이를 가졌을 때 기계에서 나오는 따끈한 군고구마가 먹고 싶어 남편과 차로 온 동네를 다 다녔지만, 군고구마 아저씨를 찾지 못해서 끝내 못 먹었던 안타까운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전기오븐이 우리 집에 들어와 가장 열일한 것도 고구마 굽기였을 것이다.
쓰다 보니 고구마 덕후를 넘어 집착증 있는 사람처럼 묘사가 되었는데, 그렇다고 금단 현상이 있는 것은 아니니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굽고 찌고 볶고 튀겨서 맛있게 먹으면서 즐거운 추억도 떠올릴 수 있는 고구마야말로 나에겐 힐링 먹거리 그 자체이다.
올해도 한 박스는 샀고, 농사지은 분이 보내 준 것도 두 박스나 있으니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다음에는 전기 건조기가 아닌 자연 건조 방식으로 고구마 말랭이를 만들어 봐야겠다.
이런 생각만 했을 뿐인데 벌써 귓가를 맴도는 목소리가 있다.
"하아~ 또 고구마야?"
난 이렇게 대답하겠지.
"응~ 또 맛있는 고구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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