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이란 호칭은 너무 많이 반복되기에 생략)
인터넷 강의 1타 강사 박광일이 구속되면서 실시간 검색 1위에 올랐다.
박광일의 댓글 조작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19년에 수포자들의 구세주로 불리던 인기 수학 강사 삽자루 우형철의 폭로에서 비롯되었다.
박광일의 댓글 조작 회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직원의 제보를 받았다는 삽자루의 폭로는 그 당시 공공연한 비밀로 인식되던 인터넷 강의 시장에서 댓글 조작 사건의 실체를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필리핀에 있는 댓글 조작 회사를 통해 300개가 넘는 아이디를 동원해서 박광일에게는 유리하게, 경쟁 강사인 김승리, 김동욱, 전형태는 깎아내리는 내용의 댓글을 달게 했다는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무엇보다 사람 좋아 보이는 박광일의 인상을 좋아하던 학생들은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박광일의 커리큘럼을 따라 공부하던 대입 수험생들은 강의가 중단되어 자신들이 닭 쫓던 개 신세가 되는 건 아니냐며 불안해했다.
당시 내가 가르치던 학생 중에도 박광일의 인강을 수강하던 학생이 있었는데, 강의가 중단되지는 않았다.
학생들 볼 낯이 없었는지 안 그래도 조용한 목소리의 박광일은 한층 더 풀이 죽은 모습이었고, 사과의 의미로 학생들에게 교재를 무료로 배부하며 모든 책임은 자기에게 있으므로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했다.
그 후 이 사건은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이 내려지면서 흐지부지 묻히는가 싶더니, 오늘 갑자기 박광일의 구속 소식이 전해지면서 삽자루 우형철까지 강제 소환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삽자루는 댓글 조작을 문제 삼아 당시 자신이 몸담고 있던 이투스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지만, 오히려 75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위약금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고, 그 여파였는지 2020년 3월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 불명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후 유튜브를 통해 가족이 삽자루의 소식을 전하자 쾌유를 바라는 많은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회복 가능성이 높아 희망적이라니 불행 중 다행이다.
박광일의 구속 소식과 그로 인한 삽자루 우형철의 강제 소환을 보니 우울하기 짝이 없다.
그 누구도 승자가 없는 싸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을 조작해서라도 자신의 명성을 이어가려던 사람은 구속되었고 어쩌면 막대한 금액의 손해배상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에서 댓글 조작은 뱃속 빌어먹으려고 배를 내준 셈이다.
불법 행위를 폭로하며 진실을 밝히겠다던 사람은 75억 원이라는 거액을 배상해야 할 처지로 중환자실에 있다.
박광일의 강의를 듣고 있던 학생들은 심리적 충격을 추스를 새도 없이 인강 스케줄을 새로 짜야하는 피해를 고스란히 보고 있다.
더 우울한 것은 이 사건이 인강 시장 문제의 전부가 아니라 빙산의 일각이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 때문이다.
그 어렵다는 일타 강사의 자리에 올라가면 다른 사람을 끌어내리고 깎아내려야 내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강박증이라도 생기는 걸까?
이미 많은 것을 성취한 그 분야 고수의 행동으로 보기에는 너무 치졸하고 근시안적인 행위라서 더 충격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은 공교육 현장에서든 사교육 시장에서든 전문성 못지않게 도덕성이 뒷받침되어야 할 직군이다.
도덕성이 훼손된 교육자의 교육이란 모래 위에 짓는 집과 같기 때문이다.
이 승자 없는 싸움에서 기대하는 마지막 하나가 있다면, 모든 일은 바른길로 돌아간다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실현이다.
이것 하나만 확인해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라도 생각해야 이 씁쓸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을 것 같아서 긍정의 힘을 끌어모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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