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학가산 김치/ 김치 유목민의 정착 후기 (내 돈 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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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학가산 김치/ 김치 유목민의 정착 후기 (내 돈 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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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유목민'
 
입맛에 맞는 김치를 찾지 못하고 맛있는 김치를 찾기 위해 매번 다른 김치를 사 먹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다가 맛있는 김치를 찾게 되면 '정착'할 수 있지만, 그 많은 김치 브랜드 중 정착할 만한 김치 찾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만능 주부의 포스를 뿜뿜 하려면 김치 정도는 내 손으로 담가 먹어야 하는데, 오랜 주부 경력에도 배추김치는 한 번도 담근 적이 없다.
 
그래도 김치 궁한 줄 모르고 잘 살 수 있었던 건 날개만 없지 천사임이 틀림없는 올케언니 덕분이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음식 솜씨를 지닌 올케언니가 김장은 물론이고 때때로 김치를 담가 줘서 따박따박 얻어먹었고, 가끔 공백이 있을 땐 브랜드별로 돌아가며 사 먹었다.
 
그런데 입맛에 맞는 맛있는 김치 찾기가 어찌나 어려운지 언니 표 김치가 떨어졌을 땐 나 역시 김치 유목민으로 온갖 브랜드를 옮겨 다녔다.
 
올케언니가 작년에도 김장김치를 20kg을 보내 줬는데 간도 딱 맞고 어느 해보다 맛있어서 익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어느  날, 김치통을 열어 보고 깜짝 놀랐다.
 
그렇게 싱싱하던 김치가 삶은 것처럼 다 물러 있었다.
 
내가 보관을 잘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받자마자 김치냉장고에 넣었던지라 뭐가 문제인지 알 길이 없었다.
 
너무나 아깝고 안타까웠지만, 언니가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속상할까 싶어 내색을 안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언니가 전화해서 김치가 무르지 않았냐고 먼저 물어보는 거였다.
 
그제야 이실직고했더니, 소금이 문제가 있었는지 모든 김치가 다 물렀다고 했다.
 
그때의 그 속상함이란...
 
언니는 그날로 다시 배추를 몇 포기 사서 김치를 담갔고 우리도 한 통 줘서 여태 잘 먹었다.
 
예년 같으면 아직 김장김치를 먹고 있겠지만, 김치가 무른 바람에 생김치로는 먹을 수 없어 오랜만에 배추김치를 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김치 없이 거의 2주를 보내자니 뭘 먹어도 2% 부족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고 김치 생각이 간절했다.
 
이참에 직접 담가볼까 해서 재료를 골라 장바구니에 담다가 포기했다.
 
재료 하나하나 고르는 것도 일이고 가격도 만만치 않은 데다가, 더 큰 문제는 그렇게 시간과 돈과 노동력을 들여도 맛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사 먹는 게 제일 싸고 편하다는 결론으로 돌아왔다.
 
맛있는 김치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지역 인터넷 카페에서 정보를 수집해 보니 배추김치를 추천하는 수많은 글 중 두세 가지 브랜드로 좁혀졌고, 그중에서 평이 제일 좋은 것이 '안동 학가산 김치'였다.
 
카페에서 본 안동 학가산 김치 후기로는 양념을 아끼지 않고 국물이 많지 않으며 적당히 맵고 맛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간혹 너무 달더라는 의견도 있었다.
 
 

<출처: 학가산김치 예:조청 본사 홈페이지>

 
 
100% 국내산 재료에 HACCP 인증까지 받은 제품이라 해서 이걸로 결정, 인터넷 쇼핑몰에서 가격 비교를 했다.
 
판매처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는데, 오랜 시간 비교 끝에 최저가를 찾았다.
 
한동안 못 먹은 김치에 대한 결핍을 채우려면 10kg이 필요했는데 가정용은 4kg과 7kg만 있었다.
 
10kg짜리 배추 포기김치는 업소용이었는데, 가정용은 모든 재료가 국내산인데 반해 업소용은 고춧가루가 중국산이었다.
 
여기서 양이냐 질이냐 갈등 끝에 중국산 고춧가루가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김치 결핍증 때문에 10kg 양을 선택했다.
 
업소용 포기김치 10kg이 35,000원에 무료 배송으로 가격도 좋았다.
 
맛있다고 해서 주문은 했지만,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기에 제품을 받고 사진조차 찍지 않았다.
 
비닐봉지에 이중으로 포장되어 스티로폼 박스에 담겨 배송되었는데 때깔이 좋은 게 아주 먹음직스러웠다.
 
김치통 하나에 다 넣기는 너무 꽉 차서 한 쪽은 다른 통에 담았다.
 
배추 한 포기를 2 등분했기 때문에 한 조각이 무척 컸다.
 
일단 한 줄기를 잘라 먹었는데, 어?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인터넷 카페에서 본 후기대로 국물과 김칫소가 너무 많지도 않은 게 적당했고, 매콤하면서 간도 딱 맞아서 가족 모두의 입맛 완전  저격, 합격이다.
 
달다는 후기가 있었는데 내 입에는 전혀 달게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다 달았어도 괜찮겠다 싶을 정도였다.
 
 

 

 

 
 
마침 저녁 메뉴가 도가니탕이라 김치와 함께 먹으니 찰떡궁합이었다.
 
오랜만에 먹는 김치인데다 입맛에 맞기까지 해서 다른 반찬에는 손도 안 가고 도가니탕에 김치만 먹었다.
 
안 익은 김치는 잘 안 먹는데 이건 이상하게 자꾸 손이 간다.
 
김치 안 먹던 사람도 이 김치는 먹더란 카페 후기가 빈말이 아니었다.
 
사랑하게 되면 대상에 대해 알고 싶은 법, 안동 학가산 김치에 대해 알아보았다.
 
학가산은 안동과 예천에 걸쳐 있는 높이 870m의 산 이름이다.
 
일교차가 큰 지역에서 자란 단단한 배추를 2 등분해서 전통 방식으로 배추 한 잎 한 잎에 김칫소를 넣어 버무린다고 한다.
 
이렇게 시시콜콜 학가산 김치에 대해 PR을 하니 혹시 협찬받은 걸로 오해할 수 있겠는데, 내 돈 내 산 순수한 소비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리얼 구매 후기이다.
 
더 자세한 것은 안동 학가산 김치 본사 홈페이지에서 퍼 온 아래 사진을 참고.
 
 

 
 
재료나 정성이나 솜씨로 보아 올케언니 표 김치를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급할 때 고민 없이 살 수 있는 김치를 찾고 나니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12 개월 이상 숙성시킨 10kg짜리 포기김치 제품을 사고 싶었는데 재고 확보 중이라 못 샀다.
 
소문에 의하면 여기 김치가 맘 카페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품절이 자주 뜬다고 한다.
 
앞으로 더 인기가 많아지더라도 초심 잃지 않고 재료 양심적으로 쓰고 위생적으로 맛있는 김치 만들어서, 안동 학가산 김치 사업도 흥하고 소비자도 맛있는 김치를 합리적인 가격에 먹을 수 있기를 바란다.
 
 
김치 찾아 헤매는 유목민 생활을 당분간 청산할 수 있어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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