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전현충원에 괴생물체가 나타났다.
끈적끈적한 황녹색의 덩어리를 이루는 정체불명의 생물체.
몇 년 전부터 일부 묘역 잔디에 나타나더니 지난해 여름에 개체수가 급증하자 유족들은 현충원 측에 이 괴생물체를 제거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하였다.
이에 국립대전현충원은 이 생물체의 정체를 파악하고 친환경적인 제거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국립생물자원관에 자문을 구하였다.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은 2020년 9월부터 김승영 선문대 교수진과 공동으로 연구한 끝에, 대전현충원 괴생물체의 정체가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남조류인 '구슬말'이며 인체에 별다른 해는 없다고 밝혔다.
대전현충원 묘역의 잔디를 뒤덮은 괴생물체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구슬말이 여드름 치료제로 재탄생하여 수많은 젊은이들의 고민 해결사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일반적인 남조류가 물속에 사는 것과 달리, 구슬말은 땅 위에 서식하는 희귀 남조류로 두꺼운 다당체로 둘러싸인 군체를 형성하기도 한다.
구슬말은 극지방을 포함한 전 세계에 분포하는데, 건조에 특히 강해서 100년 이상 생존한다고 하니 그 생명력이 놀랍다.
더 놀라운 것은 구슬말을 친환경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던 중 구슬말에 항염 및 항균 효능이 있다는 것을 밝혀내었다는 점이다.
친환경 방제 방법을 찾기 위한 실험을 진행하는 중, 국내 토양에서 찾은 저농도의 일부 방선균(스트렙토마이세스 속) 균주가 구슬말의 성장을 억제하는 것을 확인했다.
지금까지 구슬말의 성장을 억제하는 균주를 찾기 위해 80여 균주 실험을 완료했고, 올해 말까지 300여 균주를 추가로 실험해 최적의 친환경 방제법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구슬말 추출물을 실험쥐의 염증세포에 처리한 결과 대표적인 염증지표물질인 산화질소가 60% 감소하였다고 한다.
게다가 구슬말 추출물을 제주도 재래콩 간장에서 분리한 자생 미생물을 이용하여 실시한 여드름균이나 살모넬라균에 대한 항균 능력 실험에서 항균 능력이 구슬말 추출물 처리를 하지 않을 때보다 최소 65배 이상 강해진 것을 확인했다.
65배!
정말 대단하다.
퇴치 대상이었던 괴생물체가 청춘들의 큰 고민 중 하나인 여드름 해결사로 등판하는 것 아닌지 기대된다.
연구진은 구슬말 추출물이 염증성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이달 말에 특허를 출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제거의 대상이었던 생명체가 알고 보니 보배였다.
배연재 국립생물자원관장이 밝힌 대로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제기된 민원 생물의 정체를 파악하고 이를 친환경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방법을 찾다가 생물자원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한 보기 드문 사례이다.
재앙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선물이었음을 알게 된 것은 대전국립현충원과 국립생물자원관의 협업이 이룬 쾌거이다.
구슬말이 강력한 효과를 가진 여드름 치료제로 재탄생하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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