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두콩 수확 시기/보관/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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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두콩 수확 시기/보관/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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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두콩 수확 시기/보관/효능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마음이 급해진다. 햇노지 완두콩 일 년 치를 사서 냉동실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시골 텃밭에서 기른 완두콩을 밥에 두어 먹으면 달큼한 게 그렇게나 맛있었다. 그때 그 추억 때문인지 선명한 초록빛 꼬투리 속에 나란히 줄지어 들어찬 동글동글 완두콩을 까는 것도,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달큼한 식감을 즐기는 것도 마냥 즐겁다. 생각난 김에 오늘은 완두콩 자랑 좀 해야겠다. 완두콩 수확 시기보관법, 그리고 완두콩의 일반적 효능과 거기에 덧붙여진 나만의 특별한 효능까지 소개하려고 한다. 기대하시라.

 

2021년산 햇노지 완두콩

 

■ 완두콩 수확 시기

 

완두콩은 콩과의 한두해살이 식물로 서늘한 기후를 좋아한다. 대체로 3~4월에 파종하여 5월 중순~6월 중순에 수확한다. 일 년 중 딱 한 달 정도만 수확하기 때문이 어쩌다 이 시기를 놓치면 한 해를 더 기다려야 맛볼 수 있다. 전라남도 지역에서는 4월부터도 노지 완두콩을 수확한다고도 하던데, 나는 해마다 이맘때 충남 서산의 완두콩 작목반에서 공동 출하하는 완두콩을 대량으로 사서 냉동실에 넣어 두고 일 년 내내 먹는다.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 사이에 주문일 기준 최근 2~3일 전에 비가 오지 않은 날 콩을 주문해야 배송 중 껍질 무름을 피할 수 있다.

 

■ 완두콩 보관 방법

 

한철 반짝하고 나오는 완두콩을 오래 먹기 위한 보관 방법으로는 우선 삶거나 찌는 방법이 있다. 완두콩을 꼬투리째 깨끗이 씻어서 소금 한 숟가락을 넣은 물에 삶거나 채반에 얹어 찌면 껍질을 쉽게 벗길 수 있다. 삶을 때 소금은 넣는 이유는 비타민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삶은 완두콩을 그대로 먹어도 맛있고, 오래 두고 먹으려면 물기를 제거하고 지퍼백에 넣어 냉동 보관한다. 껍질을 깐 완두콩을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찬물에 헹궈 물기를 뺀 후 냉동 보관해도 된다. 이렇게 삶거나 찌거나 데쳐서 냉동 보관한 완두콩은 샐러드나 음식 장식용으로 냉동고에서 꺼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완두콩을 주로 밥에 넣어 먹는 나는 굳이 삶지 않고 껍질을 제거한 생콩을 냉동 보관한다. 콩꼬투리 끝을 손가락으로 꾹 눌러 틈을 벌린 뒤 조개를 벌리듯 꼬투리를 가르면, 줄지어 늘어선 초록색 토실토실 완두콩을 열람할 수 있다. 꼬투리를 열 때마다 외동부터 10남매까지 들어찬 갖가지 완두콩을 만나는 재미에 처음에는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러나 한꺼번에 8kg이나 12kg을 까다 보면 나중에는 이것도 중노동으로 느껴지기는 한다. 껍질을 깐 완두콩을 씻지 않고 그대로 지퍼백에 넣어 냉동 보관하면, 다음 해 완두콩이 나올 때까지도 맛의 변화 없이 먹을 수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씻지 않고' 냉동 보관한다는 점이다. 씻어서 물기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상태로 얼리면 덩어리져서 나중에 덜어 먹는 게 고역이다. 씻지 않고 바로 얼리면, 콩알 하나하나가 따로 떨어져 얼기 때문에 덜어 먹기 쉽고 맛의 변화도 적다. 대신 사용하기 전 반드시 깨끗이 씻어준다.

 

 

 

■ 완두콩 효능

 

멘델이 유전법칙을 증명하기 위해 이용했던 완두콩은 껍질을 벗겨내고 콩알만 주로 먹지만, 영양을 생각한다면 꼬투리째 먹는 것이 좋다. 완두콩에는 리지, 알기닌, 시스틴과 같은 아미노산을 함유한 단백질과 탄수화물, 비타민 B1이 풍부하다. 특히 말린 완두콩에는 단백질이 대두 다음으로 많이 들어 있다. 완두콩의 효능을 일일이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완두콩은 비타민B1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두뇌활동에 활기를 주므로 정신 노동자들에게 특히 좋다.

▷완두는 성질이 평이하고 영양 성분이 좋아 오장육부를 이롭게 하고 기운 순환을 조절하여 몸이 조화를 이루도록 도우므로 기운이 허약한 사림이나 노인들의 보양식 재료로도 쓰인다.

▷콩류 중에서 식이섬유가 가장 풍부하여 포만감을 주어 다이어트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변비와 대장암을 예방하고 동맥경화증에도 효과가 있다.

▷위 기능을 좋게 해 속이 더부룩하거나 울렁거릴 때 먹으면 좋다.

▷어린이나 노인의 습관성 설사에 좋다.

 

이렇게 다양한 효능을 가졌지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완두콩에는 소량의 청산이 들어 있기 때문에 하루 40g 이상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위와 같은 효능 이외에도 나만의 완두콩 효능이 몇 가지 더 있다.  먼저, 어린 시절 시골 텃밭에서 길러 먹던 추억의 먹거리이기에 현실의 어떤 음식도 흉내 낼 수 없는 맛이 있다. 우리 동네에서는 완두콩을 '엔도오마콩'이라고 불렀다. 그땐 어른들이 부르는 대로 따라 불렀는데 나중에 완두콩이 표준어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엔도오마콩'이 사투리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것은 エンドウ豆(엔도오마메)라는 완두콩의 일본어 단어였다. 무엇이라 부르든 초록색의 앙증맞은 완두콩은 비주얼로나 달큰한 맛으로나 5, 6월 밥상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소중한 먹거리였고, 여럿이 둘러앉아 콩을 까던 추억이 더해져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효능이 있는 먹거리로 자리 잡았다.

 

게다가 품질 좋은 완두콩을 찾아 헤매다가 알게 된 서산의 완두콩 판매자님과의 인연은 완두콩에 따스한 온기를 더하는 기회가 되었다. 다른 데보다 가격이 유난히 싸서 의심스럽기까지 했지만, 구매 후기가 좋아서 반신반의(半信半疑)하며 주문한 완두콩을 받고, 반의(半疑)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배송 중 껍질의 수분이 날아가 중량이 줄어들 것을 대비해 주문량 대비 10% 이상 넉넉한 양을 넣었다는 메모가 들어 있었다. 시골 부모님이 자식들 집에 가실 때나 챙겼을 법한 감자나 풋고추가 든 서비스 보따리까지 챙겨 넣은 배송 상자를 보니, 양심과 진심을 담아 도매가로 저렴하게 판매하면서도 인심까지 담아 보내시는 판매자분을 내 맘대로 판단했던 나의 섣부름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후로 지금까지 해마다 6월엔 완두콩을, 7월엔 호랑이콩을 그분께 사고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판매자님은 서산 작목반에서 공동 출하한 완두콩을 수거해 경매로 내보내는 일을 하시는데, 일부를 경매 출하 가격에 약간의 이윤만 붙여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거라 가격이 다른 곳보다 싸면서도 싱싱한 제품을 판매할 수 있으시다고 하셨다. 이런 분이 농사짓고 판매하는 완두콩이 어찌 맛있지 않고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겠는가. 본래의 달큰한 맛에 따뜻한 인정까지 더해져 세상 어떤 음식보다 효능이 뛰어난 완두콩을 일 년 내내 두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워낙 좋아하는 콩이라 할 말이 많아서 글이 길어졌다. 이 글을 누가 얼마나 읽을진 모르지만, 완두콩이 얼마나 예쁘고 맛있는 콩인지 단 한 사람이라도 알게 되었다면 그로 족하다. 올해는 완두콩 12kg을 까서 냉동실에 채워 두니 부자가 된 것처럼 마음이 풍족해진다. 사랑도 깊어지면 병이라지만, 치유 불가의 중병일지라도 나의 완두콩 사랑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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