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엔 집에 앉아서 오이농사를 지었다.
유난히 비가 많이 오고 태풍도 여러 번 와서 마음을 졸이기도 했지만 큰 탈 없이 잘 자랐고, 예년보다 시세도 좋아서 농사지은 보람이 있다.
집에 앉아서 마음으로만 지은 농사라 내 수중에 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모종을 심고 자라서 오이가 달리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해졌다.
오랫동안 소식이 뜸하던 친구를 만났는데 병천에서 오이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농사를?
뜻밖의 소식에 적잖이 놀랐다.
농촌 출신이기는 하지만 이 친구에게 농사는 왠지 안 어울리는 옷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것도 고향이 아닌 타지 병천까지 가서 오이농사라니.
그 소식을 듣고 2 년여가 지났다.
올여름에 처음으로 물 없이 담그는 오이지를 담갔다.
오이지용 작은 오이가 아닌 큰 백오이로 담갔는데 어찌나 맛있는지 그 후로 두 번을 더 담가 주변에도 나눠 주었더니 맛있게 잘들 먹었다.
자주 식탁에 오르는 오이지를 보니 그 친구 생각이 나서 오이농사 잘 짓고 있냐고 문자를 보냈더니 전화가 왔다.
오이는 1월에 심어서 7월 초까지 봄 오이, 8월에 심어서 11월 초까지 가을 오이 이렇게 일 년에 두 번 농사를 짓는다고 한다.
그때는 봄 오이가 끝나고 가을 오이를 심기 전 휴식기라고 했다.
'병천(竝川)'은 두 개의 내를 아우른다는 뜻에서 순우리말로 ‘아우내’라고 하는데, 병천순대만큼은 아니어도 아우내 오이가 아삭하고 향이 좋기로 유명하다는 걸 처음 알았다.
병천에는 오이 조합이 잘 형성되어 있어 매일 수확하는 대로 포장해서 출하할 수 있다고 한다.
요즘은 농사도 자동화 설비를 갖추고 짓기 때문에 예전처럼 몸을 많이 쓰지는 않는다지만, 오이 수확이 시작되면 새벽부터 따서 포장하여 출하하면 하루가 다 간다고 했다.
오이 모종을 심을 때쯤 장마로 병천 지역 상당 부분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는 뉴스가 났지만, 친구네 오이 하우스는 상류지역이라 피해 없이 오이 모종을 무사히 심을 수 있었다.
심은 지 하루 된 오이 사진을 보내왔는데 너무나 예뻐서 이날부터 나의 오이사랑 1일 차 시작~
오이 사랑 7일 차에도 침수 피해 없이 잘 자라고 있는 모습이 대견하다.
20일 차에는 이렇게나 쑥쑥 자라나 있었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크는 게 보일 것만 같다.
오이는 열매가 먼저 달리고 꽃이 나중에 핀다고 한다.
샛노란 오이꽃이 어쩜 저렇게 예쁜지.
코로나로 집콕 생활하면서 화분 가꾸기에 심취한 적이 있었는데, 화분에 갇힌 식물은 자라는데 확실히 한계가 있었다.
저렇게 지력을 받아 쑥쑥 자라는 걸 보니 내가 지은 농사처럼 뿌듯하고 흐뭇하기까지 했다.
8월 26일부터 우리나라가 역대급 태풍 바비의 영향권에 들 거라는 예보가 있었다.
여태껏 수해 피해 없이 잘 자라 곧 수확하게 될 오이인데, 피해를 입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어 밤잠까지 설쳤다.
그런데 28일에 태풍 바비가 역대급으로 싱겁게 지나갔다며 친구가 평온한 하우스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내 주어 안심이 되었다.
비닐하우스를 뚫기라도 할 기세로 자라나는데, 더 자라면 밑에 있는 수확이 끝난 줄기 부분을 똬리 틀 듯이 틀어서 땅에 내려놓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단다.
친구네 오이는 다행히 수해나 태풍 피해 없이 끝까지 잘 자랐다.
예년보다 오이 작황이 좋지 않아 비싼 값에 잘 팔았고 지금은 거의 끝물이라고 한다.
오이농사짓기 위해 손끝 하나 까딱 안 했지만 마음만은 이미 오이 농사꾼이 되어 두 달여를 보냈다.
친구 안부보다 오이 안부가 더 궁금했으니...
"일손이 모자라서 바쁜 와중에 오이 안부 물어대는 친구 건사하느라 고생했다, 친구야.
바쁜데 귀찮은 내색 않고 오이 소식 전해 주고, 그 귀한 오이까지 한 박스 보내 줘서 오이지와 오이소박이 담가서 잘 먹게 해 준 것도 억수로 고맙다.
미안하지만 내년 1월에 오이 심으면 그때도 오이 크는 모습 같이 좀 보자~^^"
친구가 보내 준 아우내 오이로 담근 두 가지 버전의 오이지와 오이소박이가 우리 식탁 한가운데를 지키고 있어 든든하다.
뒤늦게 알게 된 오이의 12 가지 효능, 이 정도면 완전식품이라 해도 되겠다.
이 글 읽는 모든 분들이 오이의 12 가지 효능 다 품었고, 특히 더 아삭하고 향이 좋은 아우내 오이 많이 드시고 건강해지길 빌어 본다.
오이의 12 가지 효능 |
오이는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은 식품이다.
필수 비타민과 영양소가 풍부해 전반적인 신체 건강에 혜택을 준다.
'코메디닷컴'이 오이의 놀라운 건강 효능 12가지를 소개했다.
(출처:http://kormedi.com/1228486/%EC%8B%A0%EC%9D%98-%EC%B1%84%EC%86%8C-%EC%98%A4%EC%9D%B4%EC%9D%98-%EA%B9%9C%EC%A7%9D-%EB%86%80%EB%9E%84-%EA%B1%B4%EA%B0%95-%ED%9A%A8%EB%8A%A5-12/)
1. 칼로리는 적고, 영양소는 많다
300그램짜리 오이 한 개에는 비타민C 하루 권장량의 14%가 들어 있다.
비타민K는 62%, 마그네슘은 10%, 칼륨은 13%가 포함돼 있다.
반면에 지방은 없고 탄수화물이 11그램, 45칼로리에 불과하다.
2. 항산화제가 풍부하다
항산화제는 암 발병과 연관성이 있는 유해산소를 조절하는데 도움이 된다.
오이에는 쿠쿠르비타신, 글루코사이드, 리그난, 아피제닌 등 생체 활성 화합물이 들어 있다.
파이어스틴으로 불리는 플라보놀이 함유돼 있어 DNA와 세포를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해 강력한 암 퇴치 작용을 한다.
몇몇 항산화제는 직접 암세포를 제거한다.
3. 해독을 돕는다
오이는 소화 기관과 간에게는 '친구'같은 존재다.
오이는 혈액이나 장으로부터 쌓인 독소나 폐기 물질을 제거해 소화 기관이 잘 작동하도록 돕는다.
오이는 천연 이뇨제로서 배설물을 통해 더 많은 독소를 제거하는데 효과가 있다.
간은 해독 기능을 혼자서 하는데 '친구'인 오이는 간에 해를 주지 않고 도움을 준다.
4. 수분을 공급한다
체내 수분을 잘 유지하는 것은 건강을 위해 정말 중요하다.
특히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수분이 부족하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오이는 95%가 수분으로 이뤄져 있어 오이를 먹으면 물을 마시는 것과 같다.
여기에 각종 영양소와 항산화제도 가득 차 있다.
오이 140그램을 먹으면 음식을 통한 하루 수분 섭취량의 약 20%를 섭취할 수 있다.
5.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된다
오이는 칼로리가 낮고 식이섬유가 풍부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섬유질은 오이의 껍질에 들어 있기 때문에 통째로 먹는 게 좋다.
6. 배변을 원활하게 한다
수분이 많이 든 오이는 배변을 잘 되게 하고 변비를 막는다.
오이에는 펙틴으로 불리는 수용성 섬유질이 풍부해 장 운동도 촉진한다.
7. 혈당 수치를 낮춘다
당뇨병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이를 식단에 추가할 필요가 있다.
동물 실험에서 오이가 혈당 수치를 감소시켜 당뇨병으로 인한 여러 가지 합병증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8. 뼈를 튼튼하게 한다
오이에는 비타민K가 풍부하다.
한 컵 분량의 오이에는 비타민K 하루 권장 섭취량의 22%가 들어 있다.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K를 적게 섭취하면 골절 위험이 증가한다.
비타민K는 신체가 칼슘을 흡수하는데 도움이 된다.
칼슘은 뼈와 치아에 꼭 필요한 영양소다.
9. 두통을 퇴치한다
오이를 먹으면 탈수 증상이 사라지면서 두통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95%가 수분인 오이는 두통을 퇴치할 수 있는 최고의 간식거리로 꼽힌다.
오이 외에 두통에 좋은 식품으로는 감자, 바나나, 수박, 파인애플 등이 있다.
10. 심장에 좋다
오이에 들어 있는 항염증 성분은 심혈관 질환을 퇴치하는데 효과가 있다.
오이에 들어 있는 리그난은 나쁜 콜레스테롤(LDL)을 낮춰 혈압을 조절하는데 도움을 준다.
여기에 오이에는 칼륨과 마그네슘이 포함돼 있어 심장 건강에 좋다.
11. 피부를 개선하다
오이 즙은 피부에 수분을 공급하고 성난 피부를 가라앉히는 작용을 한다.
오이를 잘라서 강렬한 햇빛으로 인해 손상을 입은 피부 부위에 붙이면 냉각 작용을 해 부기나 홍반을 감소시킨다.
12. 신경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오이에는 피세틴이라는 항염증 성분이 있다.
피세틴은 뇌 건강과 연관성이 있다.
연구에 따르면 피세틴은 노화 관련 신경 질환이 뇌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 기능을 유지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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