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계란 꾸미기 / feat. 냅킨 공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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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부활절 계란 꾸미기 / feat. 냅킨 공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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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지 3일 만에 부활하신 것을 기념하는 부활절의 상징 계란.

 

부활절에 계란을 먹게 된 것은 십자군 전쟁 때 로자린느 부인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설이 있기는 하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그러나 겉으로는 생명체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부화하면 생명이 태어나는 계란을 예수님의 부활 상징으로 삼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계란이 귀하던 시절에는 계란 먹으러 부활절에 교회 갔다는 사람이 꽤 있었다.

 

요즘이야 먹을 것이 넘치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굽거나 삶은 계란을 예쁘게 장식하여 나누는 것은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 사람에게 큰 즐거움이다.

 

코로나로 인해 예배조차 드리지 못했던 2020년 부활절에는 우리 교회 집사님께서 아이들과 함께 정성 들여 꾸민 계란을 목사님과 집사님 한 분이 전 교인 가정에 배달하셨다.

 

부활의 기쁨을 한자리에서 나누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부활절 주일 새벽부터 비대면으로 직접 배달하신 것이다.

 

워낙 작은 교회이긴 하지만 성도들이 사는 곳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기에, 새벽에 시작해서 오전 내내 배달하신 모양이었다.

 

직접 배달해 주신 부활절 계란과 음료를 받으니 가슴이 찡했다.

 

그렇게 작년 부활절은 여러모로 평생 기억에 남는 특별한 부활절이 되었다.

 

 

<2020년 부활절 아침에 배달된 깜짝 선물>

 

 

올해는 다행히 교회에서 함께 부활절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부활절 계란 담당이 되고 나서  계란을 어떻게 꾸밀지 고민하다가 냅킨으로 꾸미기로 했다.

 

냅킨 공예를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는 데다가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드는 일이라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번 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흰 계란 구하기가 급선무였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특히 부활절 즈음에 흰 계란 구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흰 계란을 못 구하면 흰색으로 계란에 페인팅하기도 하던데, 아무리 인체에 무해한 물감을 쓴다 해도 먹는 것에 칠을 하기는 영 찜찜해서, 폭풍 검색 끝에 운 좋게도 오픈마켓에서 두 판을 살 수 있었다.

 

온라인 쇼핑으로 15가지 종류의 독일산 냅킨도 주문했다.

 

냅킨은 계란에 붙일 것을 고려해 무늬 크기가 너무 크지 않은 것, 부활절에 맞는 이미지와 화사한 색감으로 골랐다.

 

냅킨은 총 세 겹으로 되어 있는데 무늬가 프린팅된 제일 겉장만 오려서 사용한다.

 

 

 

 

부활절 맞춤 냅킨에 있는 'HAPPY EASTER'와 같은 문구와 닭, 병아리, 계란, 양, 토끼 등의 동물 그리고 꽃을 주요 소재로 선정했다.

 

냅킨이 도착하자마자 적당한 크기와 색깔, 모양을 골라 오려서, 가장자리를 돌아가며 중간중간 가위로 잘라 주었다.

 

그래야 계란의 둥근 부분을 주름 없이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무늬가 클수록 가위집을 더 깊게 넣어야 붙였을 때 주름이 생기지 않으므로 이 점에 유의해서 가위집을 내었다.

 

큰 무늬부터 쌀알만한 나비 모양까지 오리자니 이게 생각보다 품이 드는 일이라,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오리니 3일이나 걸렸다.

 

저녁마다 들여다보며 가위질하는 것을 감자가 보더니, 목을 보아하니 금방이라도 바다로 갈 기세의 거북이라며 "거북아~ 거북아~ 목을 내어라."라고 놀려서 한바탕 웃었다.

 

계란은 삶은 것보다 구운 것이 비린 맛도 없고 더 맛있으니,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압력솥으로 계란을 구웠다.

 

압력솥에 구운 계란 만들기는 정말 간단하고 쉽다.

 

냉장고에서 꺼낸 계란을 바로 굽거나 삶으면 터지기 쉬우므로, 실온에서 30분 이상 보관한 계란을 압력솥에 넣고 계란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붓는다.

 

이때 소금을 넣으면 간이 배어 훨씬 맛있는 구운 계란이 된다.

 

평소에 좋아하는, 하지만 아껴 먹는 히말라야 핑크 소금을 밥숟가락으로 수북하게 한 스푼 아낌없이 투척했다.

 

가스 불에 올려 끓이는데, 추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중간 불로 낮춰서 20분 더 끓인다.

 

불을 끄고 압력솥의 김이 빠지길 기다렸다가 꺼내서 찬물에 헹군다.

 

이렇게 해서 구운 계란 완성.

 

 

 

<준비물: 구운 계란, 냅킨 오린 것, 밀가루 풀, 납작 붓>

 

시중에 나오는 접착제를 사용해서 붙이면 광택이 나서 더 예쁘겠지만, 먹는 것은 안전이 최고라고 생각하기에 밀가루 풀을 쑤어 붙이기로 했다.

 

밀가루 풀을 되직하게 쑤면 식었을 때 덩어리가 져서 붙이기 힘드니 되도록 묽게 쑤어야 한다.

 

풀이 뜨거울 때는 이걸로 냅킨을 붙일 수 있기는 할까 싶을 정도로 묽어도 식으면 더 되직해지고 잘만 붙으니 걱정 안 해도 된다.

 

구운 계란, 냅킨 오린 것, 밀가루 풀, 적당한 크기의 납작 붓만 준비하면 재료 준비 끝.

 

이제 본격적으로 붙이기만 하면 된다.

 

먼저 한 손으로 계란의 뾰족한 부분이 위로 오게 하여 엄지와 검지로 위아래를 잡고 냅킨을 붙일 부분에 광범위하게 풀칠을 한다.

 

그 위에 오린 냅킨을 살며시 올려놓고 한쪽부터 붓질해 가며 붙여 나간다.

 

이때 뜻하지 않은 부분에 냅킨이 미리 붙으면 손으로 무리해서 떼려고 하지 말고, 붓으로 살짝 들어서 원하는 위치로 옮기면 찢어지지 않게 옮길 수 있다.

 

다 붙이고 나서 냅킨 위에 풀칠을 다시 한번 더 해 주면 밀착력도 좋아지고 코팅 효과도 생긴다.

 

계란이 따뜻할 때 붙이면 냅킨이 더 잘 마르므로 압력솥에서 꺼낸 계란은 찬물에 오래 담가 두지 말고 헹궈서 바로 붙이기 시작한다.

 

계란이 식어서 냅킨이 잘 안 마르면, 붙이기를 끝낸 후에 헤어드라이어 약풍으로 말린다.

 

 

<계란 앞뒤로 스토리가 이어지게 무늬 붙이기>

 

 

받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계란 하나하나에 나 나름대로 부활과 관련된 스토리에 맞는 무늬를 선택해서 붙였는데 이게 은근히 재미있었다.

 

해석은 받는 사람 마음대로~

 

이렇게 계란마다 의미를 부여하며 부활절 계란을 꾸미는 것 자체가 기도이고 성도들과 나누는 부활의 기쁨이라고 생각하니 힘들기보다는 오히려 즐거웠다.

 

몇 개 붙이다 보니 주름이 생기지 않게 붙이는 요령도 생기고 앞뒤 스토리도 더 풍부해졌다.

 

완성된 계란이 늘어날수록 보기만 해도 뿌듯했다.

 

특별히 계란 두 개에는 'HAPPY EASTER'라는 글자와 프리저브드 플라워로 장식하였고, 이것을 계란 바구니 제일 위에 포인트로 올렸다. 

 

 

 

 

 

 

 

 

완성해서 늘어놓고 보니 예쁘다.

 

처음 해 보는 냅킨 공예치고는 성공적이라고 혼자 뿌듯해했다.

 

다음날 부활주일에 교회에 가져갔더니 다들 예쁘다고 좋아해 주셔서 고생한 보람을 듬뿍 느낄 수 있었다.

 

권사님께서 흰 레이스로 예쁘게 포장해 오신 바구니에 담으니 더 예뻐 보였는데, 정작 그 사진을 안 찍어 온 게 못내 아쉽다.

 

그래도 눈에 담고 마음에 담았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내년 부활절에는 마스크 벗고 한자리에 둘러앉아 떡볶이에 삶은 계란을 먹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HAPPY E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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