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위한 생일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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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엄마를 위한 생일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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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위한 생일 선물

 

오늘은 감자 생일이다.

 

며칠 전부터 생일 선물로 뭘 받고 싶냐고 물어도 안 줘도 괜찮단다.

 

웬일이래?

 

불과 한두 해 전만 해도 생일 한참  전부터 이거 사 달라 저거 사 달라 하더니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 의아했다.

 

몇 번을 물어도 같은 대답이어서 여차하면 현금으로 줄 요량으로 선물 준비도 안 한 채 그냥 생일을 맞았다.

 

대신 생일상은 신경 써서 차렸다.

 

미역국을 워낙 좋아해서 평소에도 자주 먹는지라 생일이라고 또 미역국을 끓이기는 식상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특별히 갈비탕을 준비했다.

 

하얀 쌀밥에 갈비탕, 춘천 닭갈비에 몇 가지 반찬으로 정성껏 생일상을 차렸다.

 

식탁에서 밥을 먹던 감자가 갑자기 분주해졌다.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누군가와 메시지를 주고 받는 듯하더니 현관문을 열었다가 또 뭐가 잘못되었는지 방에 들어가 전화 통화까지 하느라 밥은 뒷전이었다.

 

따끈하게 먹이고 싶었는데 뭐에 정신이 팔렸는지 왔다 갔다 분주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잔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잠시 후 현관문을 열고 뭔가를 들고 들어왔다.

 

짠~~~

 

엄마를 위한 생일 선물이란다.

 

"응? 네 생일에 왜 내 선물을?"

 

 

<엄마를 위한 출산 기념 선물>

 

 

바로 키세스 카네이션 혹은 향기 카네이션라고도 하는 너무나 예쁜 화분이었다.

 

처음 봤을 땐 패랭이꽃인가 했는데 카네이션이란다.

 

그래서 향기 카네이션 패랭이라고도 하나 보다.

 

감사장까지 들어 있는 꽃바구니를 건네며 이건 어버이날 선물이 아니라 자기 낳느라 고생한 엄마를 위한 감사의 선물이라고 했다.

 

어디선가 읽었는데, 아기 낳는 게 얼마나 힘들면 엄마들은 출산한 지 몇 년이 지나도 아이를 낳았던 달만 되면 몸이 아프기도 하다더라며, 그렇게 힘들게 낳고 지금까지 잘 키워 줘서 고맙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런 효녀를 봤나.

 

아직 어리고 철없는 줄 알았더니 이럴 때 보면 엄마인 나보다 낫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지금까지 생일에는 당연히 당사자가 축하와 선물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 미역국은 엄마가 먹어야 하고 엄마도 출산 기념 선물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는생각이 들더란다.

 

뜻밖의 선물에 놀라 어안이 벙벙한데 하는 말까지 찰떡이라 목이 메었다.

 

뉘 집 딸인데 이렇게 잘 컸을까.

 

 

감자는 태어날 때부터 기질이 예민한 아이였다.

오죽하면 아기 때 다니던 소아과 원장님이 '예민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을까.

 

저렇게 잠을 적게 자는 갓난아기는 처음 본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잠이 없어서 통잠을 거의 자지 않았다.

 

그런 예민함 때문에 키우면서 힘들 때도 있었던 만큼 덕을 보기도 했다.

 

말귀를 잘 알아들어서 아주 어릴 때부터 말이 잘 통했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공감 능력도 뛰어나 보는 사람을 놀라게 했다.

 

그 예민함으로 자신의 생일에 엄마를 위한 선물을 고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이 찾아봤을지 알기에, 또 전날 사서 들고 오지 않고 당일 아침에 집으로 배달시켜 깜짝 이벤트를 준비한 정성이 느껴져 더욱더 고마웠다.

 

 

<키세스 카네이션 또는 향기 카네이션 패랭이>

 

목이 메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데, 엄마 딸로 태어나서 정말 감사하고 엄마가 자기 엄마라서 감사하다는 말로 감동의 쐐기를 박아 버린다.

 

이것보다 더 황홀한 선물이 어디 있을까.

진심이면 말할 나위도 없고 단지 립서비스일지라도 좋다.

 

이렇게 잘 자라고 있었는데 엄마의 노파심이 걱정을 낳고 잔소리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미안했다.

 

스스로 잘하고 있으니 이제 되도록 잔소리는 줄이겠다고 다짐하면서, 이 결심이 얼마나 갈지는 나 스스로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인정해야만 했다.

 

부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자식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기다려 주는 것이라는 걸 오늘 새삼 느꼈다.

 

이래서 자식을 낳고 길러 봐야 어른이 된다고 했던가.

 

내 생일에 미역국을 끓여 드리고 선물을 해 드릴 엄마는 이미 세상을 떠나셨으니 그야말로 풍수지탄(風樹之嘆)이다.

 

뜻밖의 선물을 받고 나니 부모로서의 뿌듯함과 자식으로서의 송구함이 뒤섞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출산 기념 선물(?)을 받고 엄마로서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박노해의  <어머니가 그랬다>라는 시가 떠올랐다.

 

아들의 삶의 방향을 돌려세운 건 유려한 설득도 긴 잔소리도 아니었다.

 

투박하지만 삶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긴 애정 어린 말 한마디로 어머니는 아들을 일으켜 세웠다.

 

시인은 '존경'이라는 단어 한 번 사용하지 않고, 아들에 대한 사랑과 믿음, 앞을 내다보는 혜안으로 자신의 정신적 지주가 된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을 넘치도록 잘 표현했다.

나는 내 자식에게 어떤 부모가 되길 원하는지 생각해 보기에 좋은 시이다.

 

엄마를 위한 감자의 생일 선물 덕분에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 하루였다.

 

 

<출처: 나눔문화>

 

 

www.nanum.com/site/index.php?mid=poet_sum&search_target=title_content&search_keyword=%EC%96%B4%EB%A8%B8%EB%8B%88&document_srl=7990143

 

어머니가 그랬다 - 박노해의 숨고르기

상고 야간부를 겨우 졸업하고 / 입사 면접에서 떨어지고 온 날 / 찬 셋방에서 가슴 졸이던 어머니가 /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그랬다 // 네가 네 돈 주고 사람 뽑으라면 / 명문대생 뽑제 널 뽑을 것

www.nan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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